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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톡:)보이지 않는 구조
돈과 자산, 권력과 정치, 플랫폼과 AI, 인간의 심리와 시간.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제·사회 현상은 눈에 보이는 사건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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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Adobe를 구독한 내가 결국 해지한 이유 — AI 시대, 창작자의 도구가 바뀌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 가장 먼저 설치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에게는 Photoshop과 Lightroom이었고, 영상을 하는 사람에게는 Premiere Pro와 After Effects였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Adobe 프로그램을 사용한 시간이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처음 Photoshop을 배웠던 시절부터 사진을 보정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Adobe는 언제나 작업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Adobe를 사용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특별한 선택이라기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는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Adobe 구독을 결국 해지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히 구독료가 아까워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 20년 넘게 Adobe를 사용한 내가 처음으로 구독을 해지했다
Adobe를 오랫동안 사용한 사람에게 Photoshop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작업 습관에 가깝습니다.
사진을 촬영하고 컴퓨터로 가져오면 자연스럽게 Lightroom이나 Photoshop을 실행합니다.
영상 촬영을 마치면 Premiere Pro를 열고 파일을 정리합니다.
조금 복잡한 그래픽이나 효과가 필요하면 After Effects나 Illustrator를 사용합니다.
오랜 시간 반복하다 보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손이 기억하는 작업 방식이 됩니다.
단축키도 그렇습니다.
어떤 기능이 어느 메뉴에 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미 구축된 작업 흐름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습니다.
Adobe는 충분히 강력했고 실제 현업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20년 넘게 익숙하게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왜 지금에서야 떠나게 되었을까요?
처음에는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Adobe 구독을 해지할지 고민하게 된 최초의 계기 가운데 하나는 비용이었습니다.
한 달 단위로 보면 소프트웨어 구독료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Adobe Creative Cloud가 있고,
클라우드 저장공간이 있고,
AI 서비스가 있고,
영상이나 음성 제작 서비스가 있고,
각종 생산성 도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각각 몇 만 원 정도의 작은 비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매달 상당한 금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발생합니다.
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사용할 것 같아서 계속 돈을 내는 서비스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Adobe 역시 저에게 조금씩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Photoshop도 사용하고 Premiere Pro도 사용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전처럼 모든 작업을 Adobe 안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었습니다.
Photoshop을 실행하기 전에 AI를 먼저 실행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블로그에 사용할 이미지 하나를 만들더라도 Photoshop부터 실행했습니다.
자료를 찾고,
이미지를 불러오고,
레이어를 만들고,
마스크를 씌우고,
텍스트를 배치하고,
색상을 조정했습니다.
영상도 비슷했습니다.
Premiere Pro를 열고 수많은 클립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필요한 장면을 골라 타임라인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작업의 출발점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미지가 필요하면 먼저 AI에게 이미지를 만들어봅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AI와 콘셉트를 정리합니다.
영상 기획이 필요하면 대본과 장면 구성을 먼저 만들어봅니다.
자막을 직접 입력하는 대신 자동 자막을 사용하고,
음성이 필요하면 AI 음성을 만들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텍스트만으로 영상의 초안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부분만 사람이 수정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업의 순서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만들고 프로그램이 도왔다
기존의 디지털 창작 환경에서 사람과 소프트웨어의 관계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사람이 아이디어를 생각합니다.
사람이 촬영합니다.
사람이 이미지를 선택합니다.
사람이 편집합니다.
그리고 Photoshop이나 Premiere 같은 프로그램은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였습니다.
즉,
사람 → 프로그램 → 결과물
이라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관계에 새로운 단계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 AI → 전문 도구 → 결과물
사람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초안을 만들게 하고, 여러 가능성을 탐색한 다음 사람이 선택하고 수정합니다.
여기서 창작자의 역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가 중요했다면,
AI 시대에는 점점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AI가 만든 수많은 결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Adobe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Adobe가 갑자기 나쁜 프로그램이 된 것은 아닙니다.
Photoshop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Premiere Pro 역시 전문적인 영상 제작에 충분히 훌륭한 프로그램입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그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Adobe 없이 어떻게 작업하지?”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모든 작업에 정말 Adobe가 필요한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는 이미 Adobe를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들어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작업 자체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내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그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20년 넘게 당연하게 사용했던 창작 환경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바꾸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창작 시스템’ 일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변화를 바라볼 때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집니다.
“Photoshop을 대체할 AI는 무엇일까?”
“Premiere Pro 대신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할까?”
“요즘 가장 좋은 이미지 생성 AI는 무엇일까?”
물론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더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도구를 교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창작 시스템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카메라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었을 때 사진가의 작업 방식이 크게 변했던 것처럼,
생성형 AI 역시 단순한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가 아니라 창작 과정 전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시작되면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도구라고 해서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Adobe는 어떻게 20년 넘게 창작자의 세계에서 사실상의 표준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별다른 의심 없이 Adobe를 사용해 왔을까요?
그 이유를 이해하면,
AI 시대에 창작 도구의 권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Adobe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넘어 어떻게 ‘창작자의 표준’을 장악했는지 그 보이지 않는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2. Adobe는 어떻게 창작자의 ‘표준’이 되었을까?
Adobe를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Photoshop을 수많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보정하는 행위 자체를 Photoshop과 거의 동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좀 포토샵 해줘.”
이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될 정도입니다.
특정 회사의 제품명이 하나의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처럼 사용된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 성공했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 제품이 사람들의 사고방식 속에서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영상도 비슷했습니다.
영상 제작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Premiere Pro를 배우고, 그래픽 디자인을 하려면 Illustrator를 배우고, 모션그래픽을 하려면 After Effects를 배웠습니다.
Adobe는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위치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단순히 프로그램을 잘 만들었기 때문일까요?
물론 제품의 성능은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Adobe의 진짜 힘은 개별 프로그램보다 프로그램을 둘러싼 생태계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이 시장을 장악하면 ‘표준’이 만들어진다
초기의 경쟁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하고,
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전문가가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추가하는 프로그램이 선택받습니다.
Adobe 역시 이런 경쟁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Photoshop은 전문 이미지 편집 환경에서 강력한 기능을 제공했고, Illustrator는 벡터 그래픽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상 분야에서는 Premiere Pro와 After Effects가 편집과 모션그래픽 제작 환경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반적인 기술기업의 성공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특정 소프트웨어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유가 단순히 좋아서만은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이때부터 경쟁의 규칙이 달라집니다.
내가 Adobe를 사용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도 Adobe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면
예를 들어 한 디자이너가 Illustrator로 작업한 파일을 다른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상대방도 Illustrator를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영상 제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Premiere 프로젝트를 다른 편집자에게 전달하거나 After Effects 작업을 연결해야 한다면 같은 생태계를 사용하는 것이 편합니다.
사진가, 디자이너, 영상편집자, 광고회사, 인쇄업체, 방송 제작사 등 수많은 사람이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파일 호환성과 협업 편의성이 엄청난 경쟁력이 됩니다.
그러면 개인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른 프로그램이 조금 더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혼자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있어도 협업 시스템에는 선택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흔히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제품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구조입니다.
Adobe 생태계에서도 비슷한 힘이 작동했습니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파일이 쌓이고,
교육 자료가 늘어나고,
기업이 채택하고,
전문가가 사용하면서,
다시 새로운 사용자가 Adobe를 배우게 됩니다.
하나의 거대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문가가 사용하면 학생도 배운다
여기서 Adobe의 영향력을 더욱 강하게 만든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교육시장입니다.
디자인이나 영상편집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대개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부터 배우려고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회사가 Photoshop을 요구한다면 Photoshop을 배웁니다.
광고·디자인 회사가 Illustrator를 사용한다면 Illustrator를 익힙니다.
영상업계에서 Premiere와 After Effects가 널리 사용된다면 자연스럽게 그것부터 공부합니다.
그러면 학교와 학원 역시 시장의 요구에 맞춰 교육합니다.
구조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기업이 Adobe를 사용한다.
↓
취업하려는 사람이 Adobe를 배운다.
↓
학교와 학원이 Adobe를 가르친다.
↓
Adobe 사용자가 더 많아진다.
↓
기업은 다시 Adobe를 선택하기 쉬워진다.
이 순환이 수년, 수십 년 반복되면 Adobe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 언어가 됩니다.
Photoshop을 할 줄 안다는 말은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안다는 의미를 넘어 이미지 제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능력의 표시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생태계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대부분 사람들이 놓치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시간도 투자합니다.
Photoshop을 처음 배우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기능 하나를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레이어,
마스크,
커브,
블렌딩 모드,
단축키,
색상 관리,
액션,
플러그인.
영상편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임라인을 다루는 방법부터 코덱, 프록시, 오디오, 컬러, 렌더링까지 수많은 것을 익혀야 합니다.
그런데 5년, 10년, 20년 동안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엄청난 숙련도가 쌓입니다.
이 숙련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입니다.
문제는 동시에 그것이 이동 비용(Switching Cost)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려면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배우고,
단축키를 다시 익히고,
기존 프로젝트의 호환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작업 방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냥 쓰던 거 쓰자.”
바로 이 한마디가 강력한 생태계를 유지합니다.
파일도 우리를 붙잡는다
시간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0년 동안 만든 PSD 파일이 수천 개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Illustrator 파일,
Premiere 프로젝트,
After Effects 프로젝트,
Lightroom 카탈로그까지 쌓여 있습니다.
그 순간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앞으로 사용할 도구가 아닙니다.
과거에 만들어놓은 자산에 접근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결정에는 항상 과거의 데이터가 따라옵니다.
이것이 플랫폼 비즈니스가 강력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떠나는 비용이 커집니다.
그리고 떠나는 비용이 커질수록 플랫폼의 힘은 더욱 강해집니다.
결국 Adobe의 진짜 경쟁력은 Photoshop 하나가 아니었다
Adobe의 강점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Photoshop의 기능이나 Premiere Pro의 편집 능력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더 강력한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Photoshop + Illustrator + Premiere Pro + After Effects + Lightroom + Acrobat
그리고 그 주변에 형성된
파일 포맷 + 교육 + 기업 + 전문가 + 플러그인 + 작업 경험 + 협업 환경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경쟁사가 Photoshop과 비슷한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Adobe를 무너뜨리기 어려웠습니다.
프로그램 하나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작업 시스템 전체와 경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I가 이 구조의 약한 지점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여기서부터입니다.
Adobe의 강력한 방어벽 가운데 하나는 오랫동안 축적된 전문가의 숙련도였습니다.
Photoshop을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After Effects를 제대로 다루려면 더 많은 학습이 필요했습니다.
이 높은 학습비용은 초보자에게는 진입장벽이었지만, Adobe에게는 강력한 경쟁우위였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장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면,
이제는 자연어로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수준의 초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상에서 특정 장면을 찾고 자막을 만들고 화면 비율을 바꾸기 위해 여러 기능을 익혀야 했다면,
점점 더 많은 작업이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과 결과물을 만드는 능력이 분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변화가 계속된다면 Adobe가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가장 강력한 방어벽 가운데 하나였던 ‘숙련도의 장벽’ 역시 이전만큼 높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표준은 영원하지 않다
역사를 돌아보면 기술 세계의 표준은 언제나 영원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표준이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경쟁사가 똑같은 제품을 조금 더 잘 만들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을 때였습니다.
필름카메라의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더 좋은 필름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였습니다.
종이지도의 경쟁자는 더 정교한 종이지도가 아니라 GPS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창작 소프트웨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역시 어쩌면 ‘더 좋은 편집 프로그램’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배우고 직접 조작해야 했던 과정 자체를 줄여버리는 AI 기반의 새로운 창작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Adobe가 이토록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한 뒤 선택한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은 창작자와 소프트웨어 회사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었을까요?
그리고 왜 AI 서비스가 늘어나는 지금, 매달 빠져나가는 작은 구독료들이 창작자에게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을까요?
다음 장에서는 Adobe 해지를 고민하게 만든 표면적인 이유인 ‘가격’ 뒤에 숨어 있는 더 큰 구조, 구독경제의 메커니즘을 살펴보겠습니다.
3. 문제는 가격만이 아니었다 — 구독경제가 만든 보이지 않는 비용
Adobe 구독을 해지했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물론 비용도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순히 월 구독료 몇 만 원이 부담스러워서 20년 넘게 사용해 온 작업 환경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은 소프트웨어를 소유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을 구매했습니다.
한 번 돈을 내고 Photoshop이나 Premiere 같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전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프로그램을 사지 않습니다.
매달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빌립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언제부터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가 되었을까
과거 소프트웨어 시장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패키지 판매였습니다.
회사가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사용자가 돈을 내고 구매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사용자가 다시 업그레이드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매출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감소합니다.
게다가 사용자가 기존 버전에 만족한다면 업그레이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구독 모델은 완전히 다른 구조를 만듭니다.
한 명의 고객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반복 매출이 발생합니다.
고객 100만 명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한다면 다음 달의 매출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일회성 판매량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독 매출이 되었습니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인 변화입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우리는 프로그램을 산 것이 아니라 ‘접근권’을 사고 있다
구독경제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유와 접근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돈을 내면 프로그램이 내 컴퓨터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구독 모델에서는 돈을 내는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제를 멈추면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집니다.
즉,
소유(Ownership) 중심에서
접근(Access) 중심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 변화는 소프트웨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악은 음반을 소유하는 대신 스트리밍으로 듣고,
영화는 DVD를 구입하는 대신 OTT를 구독하고,
클라우드 저장공간,
생산성 도구,
뉴스,
교육,
디자인 서비스까지 점점 구독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각각의 서비스만 보면 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문제는 구독이 쌓이기 시작할 때 발생합니다.
AI 시대가 되자 구독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 시대가 오면서 창작자에게 새로운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사용하고 싶은 서비스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텍스트를 위한 AI,
이미지를 위한 AI,
영상 생성을 위한 AI,
음성을 위한 AI,
음악을 위한 AI,
자동 자막 서비스,
클라우드,
자동화 서비스,
그리고 기존의 사진·영상 편집 프로그램까지.
각 서비스의 가격을 따로 보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월 1만 원.
월 2만 원.
월 3만 원.
문제는 이것이 다섯 개, 여섯 개, 열 개가 되는 순간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평균 3만 원짜리 서비스를 7개 구독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한 달 21만 원입니다.
1년이면 252만 원입니다.
5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1,260만 원입니다.
물론 실제 서비스 가격과 사용 기간은 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금액이 아닙니다.
‘작은 월 구독료’라는 표현이 장기 비용을 작게 느끼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월 3만 원은 싸지만 연 36만 원이라고 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구독 서비스가 가진 강력한 심리적 장치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용을 잘게 나누는 것입니다.
월 3만 원이라고 하면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서비스를 이렇게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연간 36만 원.
5년이면 180만 원입니다.
10년이면 360만 원입니다.
같은 비용인데 체감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소프트웨어를 평가할 때 월 구독료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앞으로 3년 사용하면 총 얼마를 지불하게 될까?”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 붙입니다.
“그 비용만큼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이 두 질문을 던지는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서비스 중 상당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장 무서운 구독은 ‘안 쓰는 구독’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구독경제의 문제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해지하지 않아서 돈이 낭비된다.”
물론 맞습니다.
하지만 더 미묘한 문제가 있습니다.
가끔 사용하는 서비스입니다.
전혀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는 해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두세 번 사용하는 서비스는 고민하게 됩니다.
“언젠가 필요할 텐데.”
“다음 프로젝트에서 쓸지도 몰라.”
“해지했다가 다시 필요하면 어떡하지?”
바로 이 심리가 구독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Adobe처럼 오랫동안 사용해 온 전문 도구라면 이 심리는 훨씬 강해집니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년 동안 쌓아온 작업 경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독경제는 ‘기능’보다 습관과 싸운다
구독 서비스가 강력한 이유는 매달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 한 번만 결정하면 됩니다.
그 이후에는 자동결제가 이어집니다.
구매는 행동이지만,
구독 유지에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계속 결제됩니다.
반대로 구독을 멈추려면 사용자가 직접 판단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서비스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생각해야 하고,
대체 프로그램을 찾아야 하고,
기존 작업 파일을 확인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까지 배워야 합니다.
그러니 가장 쉬운 선택은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구독경제의 상당히 강력한 구조입니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는 창작자의 핵심 프로그램이 몇 개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AI가 세분화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AI는 글을 잘 쓰고,
어떤 AI는 이미지를 잘 만들고,
어떤 AI는 영상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는 음성을 만들고,
또 다른 서비스는 자동화를 담당합니다.
문제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를수록 놓치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도 커집니다.
그리고 그 불안이 또 다른 구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창작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인 동시에 수많은 SaaS와 AI 서비스에 매달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됩니다.
여기서부터 새로운 능력이 필요해집니다.
도구를 많이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필요 없는 도구를 제거하는 능력입니다.
창작자의 새로운 비용은 돈보다 ‘복잡성’일지도 모른다
사실 여러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구독료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워야 합니다.
업데이트된 기능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작업을 어떤 서비스에서 처리할지 기억해야 합니다.
파일이 여러 클라우드에 흩어지고,
프로젝트 관리도 복잡해집니다.
결국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작업 환경에는 인지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저는 이것이 AI 시대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해서 AI 프로그램을 20개 사용하면 반드시 생산성이 20배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구를 관리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어떤 AI를 더 추가할 것인가?”
가 아니라,
“최소한의 도구로 가장 많은 결과물을 만드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가 되어야 합니다.
Adobe 해지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시스템 정리였다
그래서 제가 Adobe 구독을 해지한 일을 단순히 몇 만 원을 아끼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dobe 하나를 없앴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20년 동안 당연하게 유지했던 작업 환경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왜 필요한가?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다른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
AI가 대신할 수 있는 단계는 어디인가?
전문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10~20%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하나씩 던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재미있는 사실이 보였습니다.
AI는 단순히 새로운 프로그램 몇 개를 추가하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사용하던 프로그램 중 무엇을 제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술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제 작업 방식에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예전에는 이미지를 만들려면 Photoshop을 열었습니다.
영상을 만들려면 Premiere Pro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AI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대본을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영상 구조를 설계한 다음,
마지막에 필요한 전문 도구를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작의 출발점이 프로그램에서 AI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다음 시대의 경쟁은 Photoshop과 다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생성형 AI가 어떻게 창작의 출발점 자체를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것이 기존 창작 소프트웨어에 가장 큰 변화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4. 결정적인 변화는 AI였다 — 창작의 출발점이 달라졌다
Adobe 구독을 해지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비용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Photoshop보다 AI를 먼저 열기 시작했지?”
이 질문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작업의 시작점이 명확했습니다.
사진을 보정하려면 Photoshop이나 Lightroom을 실행했습니다.
영상을 편집하려면 Premiere Pro를 열었습니다.
그래픽이 필요하면 Illustrator를 사용했고, 조금 복잡한 모션그래픽이 필요하면 After Effects로 넘어갔습니다.
아이디어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었고, 프로그램은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이 순서가 조금씩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 AI에게 먼저 묻습니다.
“이 주제를 어떤 구조로 풀면 좋을까?”
“이 내용을 60초 영상으로 만들면 핵심 장면은 무엇일까?”
“이 개념을 이미지 하나로 표현한다면 어떤 상징이 좋을까?”
그리고 AI와 몇 차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물의 상당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편의 기능의 추가가 아닙니다.
창작의 출발점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프로그램은 ‘빈 화면’에서 시작했다
Photoshop을 실행하면 무엇이 나타날까요?
빈 캔버스입니다.
Premiere Pro를 실행하면?
빈 타임라인입니다.
Illustrator도 비슷합니다.
프로그램은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기존 창작 소프트웨어의 기본 철학이었습니다.
“도구는 준비되어 있으니 당신이 만드세요.”
그래서 전문가의 가치는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와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사진가에게는 촬영 능력뿐 아니라 색보정과 리터칭 능력이 필요했고,
영상편집자에게는 컷 편집, 자막, 색보정, 오디오, 효과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역시 레이어와 마스크, 벡터, 타이포그래피 등 수많은 기술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숙련도를 얻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전혀 다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습니까?”
AI는 도구가 아니라 ‘첫 번째 작업자’가 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 이전의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설명하면 먼저 결과를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 하나를 영상으로 만든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과거라면 먼저 글을 읽습니다.
핵심 내용을 추립니다.
영상 대본을 작성합니다.
장면을 구성합니다.
필요한 자료를 찾습니다.
촬영하거나 이미지를 제작합니다.
음성을 녹음합니다.
영상편집 프로그램에 넣습니다.
자막을 만듭니다.
음악을 넣습니다.
그리고 최종 영상을 출력합니다.
모든 단계에서 사람이 직접 판단하고 작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수 단계를 AI에게 먼저 맡겨볼 수 있습니다.
장문의 글을 넣고 핵심 주장 다섯 개를 추출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중 숏폼에 적합한 내용을 골라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0초 또는 60초 대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첫 3초의 후킹 문장을 여러 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장면별 이미지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AI 음성을 입히고,
자동 자막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AI가 완성품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전히 사람의 수정과 판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제 사람은 ‘0에서 1’을 혼자 만들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0→1보다 1→10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빈 화면을 바라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빈 문서가 그렇고,
디자이너에게는 빈 캔버스가 그렇고,
영상편집자에게는 빈 타임라인이 그렇습니다.
AI는 이 빈 공간을 빠르게 채워줍니다.
초안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사라질까요?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AI가 초안을 쉽게 만들수록 사람에게는 다른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 결과물이 좋은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이 표현이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맞는가?
조금 더 좋은 방향은 무엇인가?
즉, 제작보다 선택과 판단의 비중이 커집니다.
AI 시대의 창작자는 모든 벽돌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벽돌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쌓을지를 결정하는 건축가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숙련도’의 의미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Photoshop의 기능 100개를 아는 사람이 기능 10개를 아는 사람보다 유리했습니다.
복잡한 작업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상편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축키와 효과, 플러그인, 코덱과 렌더링까지 깊이 알고 있는 사람에게 상당한 생산성 우위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전문성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정밀한 상업 작업이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콘텐츠 제작 영역에서는 조금 다른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아는 것보다
AI에게 정확하게 요구하는 능력,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 여러 도구를 연결하는 능력이 생산성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숙련도가
Tool Skill
이었다면,
앞으로의 숙련도는 점점
Direction + Judgment + Workflow
쪽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1인 창작자에게 특히 중요한 이유
이 변화는 대규모 제작사보다 오히려 1인 크리에이터에게 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기획자가 필요하고,
작가가 필요하고,
촬영자가 필요하고,
디자이너가 필요하고,
영상편집자가 필요하고,
성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콘텐츠 생산량을 늘리려면 결국 사람을 늘려야 했습니다.
생산량 증가 = 인력 증가
라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AI는 이 관계를 조금씩 분리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AI를 이용해 기획을 확장하고,
대본을 만들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음성을 만들고,
영상 초안을 제작하고,
자동화를 이용해 여러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열 명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창작자의 생산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콘텐츠 하나의 경제성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5,000자짜리 블로그 글 하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거에는 그것이 하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블로그 글 1개.
하지만 AI 시대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장문 콘텐츠를 원본 자산으로 두고,
여기에서 유튜브 대본을 만들고,
5개의 Shorts를 만들고,
10개의 SNS 게시물을 만들고,
뉴스레터를 만들고,
인포그래픽을 만들고,
나중에는 전자책의 한 챕터로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즉,
콘텐츠 1개 → 콘텐츠 N개
라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AI의 진짜 경제적 가치가 나타납니다.
AI는 단순히 콘텐츠를 빨리 만들어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수를 늘리는 레버리지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콘텐츠 생산’보다 ‘원본 자산’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창작 전략도 달라집니다.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좋은 원본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여러 형태로 확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깊이 있는 장문 글 하나를 만든다면,
그것은 단순한 블로그 포스팅이 아닙니다.
콘텐츠 원본(Source Asset)입니다.
AI가 그 원본을 다양한 포맷으로 변환합니다.
장문 글은 유튜브가 되고,
유튜브는 숏폼이 되고,
숏폼은 SNS 콘텐츠가 되고,
여러 장문의 글은 다시 하나의 전자책이나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창작자의 역할은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동자에서 점점 콘텐츠 자산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바로 이 차이가 AI 시대의 콘텐츠 수익화에서 매우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AI가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 세상에는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미 그 현상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글을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이미지를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고,
영상을 만드는 비용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희소해질까요?
콘텐츠 자체는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볼 가치가 있는 콘텐츠가 희소해질 것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면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경쟁력이 되지 못합니다.
그때부터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연결하는가,
무엇을 버리는가,
그리고 어떤 세계관을 지속적으로 구축하는가입니다.
AI가 생산의 장벽을 낮출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안목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Adobe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프로그램이 아닐 수도 있다
처음에는 저도 Photoshop을 무엇으로 대체할지 생각했습니다.
Premiere Pro 대신 어떤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할지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점점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hotoshop의 경쟁자를 찾는다면 우리는 Photoshop과 비슷한 프로그램만 보게 됩니다.
Premiere의 경쟁자를 찾으면 또 다른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AI가 바꾸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의 기능이 아니라 작업 과정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Adobe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Photoshop보다 좋은 Photoshop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Photoshop을 열어야 하는 작업 자체를 줄여버리는 새로운 창작 방식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Adobe를 해지한 뒤 가장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Photoshop을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까?
그런데 여러 대체 프로그램을 찾아보다가 오히려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어쩌면 Photoshop을 대체할 프로그램부터 찾는 것 자체가 과거의 사고방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제가 Adobe를 떠난 뒤 대체 프로그램을 찾으면서 깨닫게 된 ‘도구를 바꾸는 것’과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의 결정적인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5. Photoshop을 대체하는 프로그램을 찾다가 깨달은 것
Adobe 구독을 해지하기로 마음먹은 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대체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Photoshop 대신 무엇을 사용할까?
Premiere Pro는 무엇으로 바꿀까?
Illustrator가 필요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 할까?
After Effects까지 대체하려면 또 무엇을 설치해야 할까?
검색을 시작하면 수많은 선택지가 나옵니다.
기능을 비교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무료인지 유료인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하나씩 후보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dobe를 떠난다면서 제가 하고 있던 일은 결국 또 하나의 Adobe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dobe를 지우고 ‘가짜 Creative Cloud’를 만들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구조였습니다.
Photoshop → A 프로그램
Illustrator → B 프로그램
Premiere Pro → C 프로그램
After Effects → D 프로그램
Lightroom → E 프로그램
Adobe 프로그램 하나를 지울 때마다 그 자리를 채울 다른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습니다.
결국 컴퓨터에는 다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설치됩니다.
사용법을 새로 배워야 하고,
업데이트를 관리해야 하고,
파일 호환성을 확인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구독료까지 발생합니다.
회사 이름만 Adobe에서 다른 회사들로 바뀌었을 뿐, 제가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였습니다.
그 순간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왜 모든 프로그램을 반드시 1:1로 대체해야 하지?”
이 질문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만나도 오래된 사고방식을 복제한다
기술이 바뀌었는데도 사람은 익숙한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처음에는 기존 미디어를 그대로 옮겨놓습니다.
초기 인터넷 신문은 종이신문의 레이아웃을 화면에 옮겼고,
초기 스마트폰 앱은 PC 프로그램을 작은 화면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만나면서도 기존의 질문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AI가 Photoshop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가 영상편집자를 대신할까?”
“어떤 AI가 Illustrator 대신 쓸 만할까?”
하지만 이 질문에는 이미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일할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만약 작업 방식 자체가 바뀐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작업’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Photoshop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Photoshop으로 무엇을 할까요?
사진의 노출과 색을 조정합니다.
피부를 보정합니다.
불필요한 물체를 제거합니다.
이미지를 합성합니다.
배경을 제거합니다.
블로그 이미지를 만듭니다.
썸네일을 제작합니다.
텍스트를 넣습니다.
과거에는 이 많은 작업이 Photoshop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합니다.
“Photoshop을 대체하려면 이 모든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업을 하나씩 분해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단순한 노출과 색보정은 사진 관리 프로그램에서도 가능합니다.
배경 제거는 AI가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물체 제거 역시 AI 기반 기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용 삽화는 기존 이미지를 합성하는 대신 처음부터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썸네일 제작은 더 간단한 디자인 도구가 오히려 빠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Photoshop 수준의 복잡한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은 무엇일까요?
정밀한 합성,
고급 리터칭,
복잡한 레이어 편집,
색상 관리가 중요한 전문 출력,
픽셀 단위의 세밀한 수정 같은 영역일 것입니다.
즉, Photoshop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Photoshop을 사용해야 하는 작업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꽤 중요한 변화다
과거에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이 여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는 그 프로그램을 깊게 배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각각 가장 빠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기획 → AI
이미지 초안 → 생성형 AI
사진 보정 → 전문 사진 도구
간단한 디자인 → 경량 디자인 도구
정밀 수정 → 전문 이미지 편집 도구
중요한 것은 특정 프로그램 이름이 아닙니다.
작업에 맞춰 도구를 호출하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조금 어렵게 표현하면 모듈형 워크플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훨씬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 안으로 일을 가져갔다면, 앞으로는 일에 맞는 도구를 가져온다.
‘만능 프로그램’의 시대에서 ‘도구 조합’의 시대로
오랫동안 전문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은 기능의 숫자였습니다.
더 많은 기능,
더 정교한 기능,
더 많은 플러그인,
더 깊은 설정.
그래서 프로그램은 점점 거대해졌습니다.
문제는 사용자가 그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Photoshop을 사용하는 사람 가운데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Premiere Pro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기능은 전체 기능 가운데 일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전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전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합니다.
AI는 이 구조를 흔들고 있습니다.
특정 작업만 빠르게 해결하는 작은 AI 도구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배경만 제거하는 AI,
음성만 만드는 AI,
자막만 생성하는 AI,
긴 영상을 짧게 재구성하는 AI,
이미지만 확대하는 AI,
텍스트에서 영상 초안을 만드는 AI.
하나하나는 거대한 전문 프로그램보다 단순합니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거대한 하나의 프로그램과 여러 개의 작은 전문 도구가 경쟁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창작자의 새로운 능력이 등장한다
과거에는 프로그램 숙련도가 중요했습니다.
Photoshop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
Premiere Pro의 단축키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After Effects에서 원하는 효과를 얼마나 빠르게 구현하는가.
물론 이런 능력은 앞으로도 전문 작업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능력이 그 위에 하나 더 올라오고 있습니다.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내가 만들려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합니다.
그 결과물을 작은 작업으로 나눕니다.
AI가 잘하는 부분을 AI에게 넘깁니다.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화합니다.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직접 개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문 도구로 품질을 끌어올립니다.
이렇게 보면 창작자는 단순한 프로그램 사용자가 아닙니다.
점점 작은 제작 시스템의 설계자가 됩니다.
이것은 공장 자동화와 상당히 비슷하다
예전 공장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명의 숙련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품을 만드는 방식에서는 그 사람의 기술이 생산성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생산 시스템에서는 공정을 분해합니다.
어떤 단계는 기계가 담당하고,
어떤 단계는 로봇이 처리하며,
품질 판단이나 예외 상황에서는 사람이 개입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작업을 가장 잘하는 한 명의 노동자가 아닙니다.
전체 공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입니다.
AI 시대의 콘텐츠 제작도 비슷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AI가 있고,
이미지를 만드는 AI가 있고,
음성을 만드는 AI가 있고,
영상을 편집하는 AI가 있고,
콘텐츠를 배포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사람이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창작자의 경쟁력은 점점
제작 능력 × 판단 능력 × 시스템 설계 능력
의 조합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Adobe 프로그램을 대체하지 않기로 했다
이 생각에 도달한 뒤 제 기준은 단순해졌습니다.
Adobe에서 사용했던 모든 프로그램의 대체재를 한꺼번에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필요한 작업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도구를 선택하면 됩니다.
전문적인 영상편집이 필요하면 전문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숏폼을 빠르게 제작해야 한다면 그 목적에 맞는 가벼운 도구를 사용합니다.
AI로 충분히 해결되는 작업이라면 굳이 복잡한 전문 프로그램을 열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Photoshop 수준의 정밀한 편집이 계속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때 전문 대안을 선택하면 됩니다.
순서가 바뀐 것입니다.
예전에는
프로그램 설치 → 기능 학습 → 작업 적용
이었다면,
앞으로는
문제 발생 → 필요한 기능 정의 → 가장 효율적인 도구 선택
입니다.
필요한 프로그램만 남기는 것이 오히려 AI 시대의 전략이다
AI 도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적은 도구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이것이 더 중요한 생산성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AI가 등장할 때마다 가입하고,
새로운 편집 프로그램이 나오면 설치하고,
새로운 자동화 도구를 모두 배우려고 하면 결국 우리는 콘텐츠보다 도구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도구를 배우는 것이 일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프로그램을 볼 때 저는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없으면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할 수 없는가?”
대답이 ‘아니요’라면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기준은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그리고 영상편집에서 이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보다 더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영상입니다.
오랫동안 영상편집의 핵심은 타임라인이었습니다.
수많은 영상을 불러오고,
클립을 하나씩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잘라 붙이고,
자막을 만들고,
화면 비율을 바꾸고,
음악을 넣고,
색을 조정했습니다.
그런데 AI는 지금 이 과정의 곳곳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고,
텍스트를 기준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자동으로 자막을 만들고,
긴 영상을 숏폼으로 재구성하고,
가로 영상을 세로 영상으로 바꾸고,
심지어 없는 장면까지 생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Premiere Pro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타임라인 기반 영상편집 프로그램일까요?
아니면 타임라인에서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작업 자체를 줄이는 새로운 제작 방식일까요?
이 질문은 앞으로 영상 제작 시장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Premiere Pro를 중심으로, 왜 AI 시대 영상편집의 경쟁이 ‘Premiere vs 다른 편집 프로그램’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6. Premiere Pro의 경쟁자는 다른 영상편집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Adobe 구독을 해지하면서 가장 고민이 컸던 프로그램은 Photoshop보다 오히려 Premiere Pro였습니다.
사진 편집은 작업에 따라 여러 도구로 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편집은 조금 다릅니다.
촬영한 수많은 파일을 정리하고,
필요한 장면을 고르고,
타임라인을 구성하고,
음악과 음성을 넣고,
자막을 만들고,
색을 보정하고,
최종 영상을 출력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오랫동안 Premiere Pro를 사용했다면 단축키와 인터페이스가 손에 익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영상편집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는 것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몸에 익힌 작업 습관을 바꾸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Premiere Pro 대신 무엇을 사용하지?”
그런데 영상 시장의 변화를 살펴볼수록 이 질문 역시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remiere Pro의 경쟁자는 더 이상 다른 영상편집 프로그램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 영상편집의 중심에는 ‘타임라인’이 있었다
전통적인 영상편집 프로그램의 핵심 인터페이스는 타임라인입니다.
영상을 불러오고,
필요한 구간을 찾고,
클립을 잘라서 타임라인에 올립니다.
그리고 장면의 순서를 바꾸고,
오디오를 맞추고,
자막을 넣습니다.
영상편집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이 타임라인을 능숙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상편집자의 생산성은 상당 부분 얼마나 빠르게 타임라인을 조작하는가에서 나왔습니다.
수백 개의 클립에서 필요한 장면을 찾고,
단축키로 컷을 자르고,
오디오 파형을 확인하고,
장면을 재배치합니다.
숙련된 편집자는 초보자보다 훨씬 빠르게 작업합니다.
그런데 AI가 이 구조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건드린 것이 바로 사람이 직접 반복해야 했던 작업입니다.
이제 영상보다 ‘텍스트’를 먼저 보는 편집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한 시간짜리 인터뷰 영상을 편집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과거에는 영상을 처음부터 확인해야 했습니다.
어디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는지 찾고,
필요한 부분을 기록하고,
타임라인에서 해당 구간을 찾아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AI 음성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상 속 대화를 먼저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 편집자는 한 시간짜리 영상을 모두 훑는 대신 텍스트를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문장을 삭제하면 해당 영상 구간이 함께 제거되는 텍스트 기반 편집 방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영상편집의 사고방식을 상당히 크게 바꿉니다.
과거에는
영상 → 타임라인 → 편집
이었다면,
이제 일부 콘텐츠에서는
영상 → 텍스트 → 구조화 → 영상
이라는 새로운 경로가 생긴 것입니다.
자막은 이미 ‘작업’에서 ‘기능’으로 이동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막 작업은 상당한 노동이었습니다.
음성을 들으면서 내용을 입력하고,
문장의 시작과 끝을 맞추고,
타이밍을 조절해야 했습니다.
영상이 길어지면 자막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자동 음성인식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AI가 음성을 분석하고,
문장을 만들고,
시간 정보를 붙여줍니다.
사람은 오탈자와 문맥을 확인하고 수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작업시간이 줄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전문 작업이었던 일이 소프트웨어의 기본 기능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과거에 별도의 기술과 인력이 필요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 버튼 하나의 기능이 됩니다.
AI는 이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숏폼이 영상편집의 규칙을 다시 바꾸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Shorts, Reels, TikTok 같은 세로형 숏폼 콘텐츠입니다.
전통적인 영상 제작에서는 하나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숏폼에서는 조금 다른 능력이 요구됩니다.
빠른 제작,
많은 업로드,
강한 첫 몇 초,
세로 화면 구성,
자동 자막,
짧은 호흡,
플랫폼별 재가공.
즉, 영상 한 편의 정교함만큼이나 생산 속도와 반복 가능성이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거대한 전문 편집 프로그램이 항상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한 숏폼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거운 전문 제작 환경을 모두 가동하는 것보다 자동 자막과 세로 영상 기능이 잘 갖춰진 가벼운 제작 도구가 더 빠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영상편집 프로그램의 시장도 두 방향으로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작품 제작’과 ‘콘텐츠 생산’은 같은 영상편집이 아니다
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광고 영상이나 다큐멘터리, 브랜드 필름처럼 영상의 완성도가 중요한 작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교한 컷 편집,
세밀한 색보정,
오디오 믹싱,
그래픽,
VFX,
복잡한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전문 영상편집 프로그램의 가치가 여전히 매우 큽니다.
반면 매일 또는 매주 생산해야 하는 SNS 콘텐츠는 요구사항이 다릅니다.
빠른 컷 편집,
자동 자막,
템플릿,
화면 비율 변경,
음악,
간단한 효과,
빠른 출력이 중요합니다.
두 작업 모두 ‘영상편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생산 시스템입니다.
저는 이것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편집 프로그램 = 작품 제작기
경량·AI 편집 도구 = 콘텐츠 생산기
그리고 AI 시대에는 이 둘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목적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DaVinci Resolve와 CapCut 같은 도구가 흥미롭다
예를 들어 전문적인 영상 제작에서는 DaVinci Resolve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뿐 아니라 색보정, 오디오, VFX 등 전문적인 후반 작업 환경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빠른 숏폼이나 SNS 콘텐츠 제작에서는 CapCut처럼 자동 자막, 화면 비율 조정, 템플릿과 AI 기반 기능을 강조하는 도구가 훨씬 효율적인 상황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프로그램이 무조건 더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영상의 목적에 따라 좋은 도구의 정의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8분짜리 브랜드 영상을 만드는 것과,
매일 3개의 Shorts를 만드는 것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망치가 좋은지 드라이버가 좋은지를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진짜 변화는 그다음에 있다
지금까지는 여전히 사람이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전제였습니다.
하지만 AI 영상 기술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영상을 생성하고,
이미지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고,
기존 영상에 없는 장면을 만들어내며,
음성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대본에 맞는 화면 구성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영상 제작 과정은 이렇게 바뀔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촬영 → 파일 정리 → 편집 → 자막 → 색보정 → 출력
이었다면,
점점
기획 → AI 초안 → 필요한 촬영·생성 → 자동 편집 → 인간의 판단 → 전문 마무리
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영상편집 프로그램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드는 장소에서,
AI가 만들어놓은 재료를 인간이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완성하는 장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기존 영상편집 프로그램에 더 무서운 변화다
Premiere Pro의 경쟁자가 DaVinci Resolve라면 경쟁의 규칙은 비교적 익숙합니다.
누가 더 좋은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가.
누가 더 빠른가.
누가 더 안정적인가.
가격은 얼마인가.
하지만 AI가 경쟁자가 되면 질문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작업을 꼭 타임라인에서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가?”
이 질문입니다.
자동 자막이 등장하면 자막 작업시간이 줄어듭니다.
AI가 인터뷰 핵심 구간을 찾아준다면 영상을 처음부터 확인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자동 리프레임이 발전하면 가로 영상을 세로 영상으로 다시 구성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AI가 B-roll을 생성할 수 있다면 필요한 모든 장면을 직접 촬영하거나 스톡 사이트에서 찾을 필요도 줄어듭니다.
각각은 작은 자동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하나씩 연결되면 결국 전체 편집시간 자체가 줄어듭니다.
그 순간 영상편집 프로그램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편집 프로그램이 아니라 편집해야 할 노동의 감소가 됩니다.
창작자의 시간은 어디로 이동할까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AI가 편집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준다면 우리는 남은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더 많은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중요한 곳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과 판단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첫 3초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떤 장면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감정을 남길 것인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가.
이 영역은 영상편집 프로그램의 단축키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AI 시대 창작자의 경쟁력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결국 ‘편집자’에서 ‘디렉터’로 이동한다
과거의 1인 크리에이터는 많은 일을 직접 해야 했습니다.
기획자이면서 촬영자이고,
촬영자이면서 편집자이고,
편집자이면서 디자이너였습니다.
하지만 AI가 반복적인 제작 작업을 조금씩 가져가기 시작하면 인간의 역할은 위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드는 사람에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사람으로.
즉,
Operator → Director
의 이동입니다.
이것이 AI 시대 영상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더 커집니다.
Adobe라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에서 벗어난 뒤 수많은 AI와 전문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면 작업 환경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중요합니다.
도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Adobe Creative Cloud처럼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 생태계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 + 전문 프로그램 + 자동화 도구를 조합하는 ‘모듈형 창작 시스템’이 왜 중요해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7. AI 시대에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보다 작은 도구들의 조합이 강해진다
Adobe 구독을 해지한 뒤 한동안은 묘한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사용했던 Creative Cloud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느낌이랄까요.
Photoshop이 필요하면 Photoshop을 열고,
영상은 Premiere Pro,
그래픽은 Illustrator,
모션그래픽은 After Effects,
사진 관리는 Lightroom.
필요한 작업이 생기면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Adobe라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 안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장점입니다.
하나의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들이 서로 연결되고 파일을 주고받으며 비슷한 인터페이스와 작업 방식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Creative Cloud의 진짜 경쟁력은 개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창작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함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조금 다른 구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프로그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잘하는 작은 도구들을 연결해 하나의 제작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올인원’의 시대에서 ‘베스트 오브 브리드’의 시대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오래전부터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Suite, 즉 하나의 회사가 여러 기능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각 분야에서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해 조합하는 Best-of-Breed 방식입니다.
Adobe Creative Cloud는 전자의 강력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도,
그래픽도,
영상도,
모션그래픽도,
문서도 하나의 생태계 안에 들어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기능보다 훨씬 큰 시스템을 유지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의 도구들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서비스는 글을 만드는 데 특화되어 있고,
어떤 서비스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어떤 서비스는 음성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는 영상을 생성하고,
또 다른 도구는 이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연결합니다.
하나하나는 Creative Cloud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연결되면 상당히 강력한 제작 시스템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이다
여기서 사고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할까?”
앞으로는 조금 다른 질문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콘텐츠가 어떤 경로를 따라 만들어지게 할까?”
예를 들어 장문의 블로그 글 하나를 원본으로 콘텐츠를 확장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AI가 글을 분석합니다.
핵심 주장을 추출합니다.
그중 영상으로 만들기 좋은 부분을 찾습니다.
60초짜리 숏폼 대본으로 재구성합니다.
장면별 이미지나 영상 아이디어를 만듭니다.
필요한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AI 음성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영상편집 도구에서 컷과 자막을 구성합니다.
완성된 결과물을 Shorts, Reels 등 각 플랫폼에 맞게 재가공합니다.
이 과정을 구조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원본 콘텐츠
↓
AI 분석
↓
대본 재구성
↓
이미지·영상·음성 생성
↓
편집
↓
플랫폼별 변환
↓
배포
여기서 핵심은 어느 프로그램을 사용했느냐가 아닙니다.
각 단계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느냐입니다.
이것이 파이프라인입니다.
창작자에게 ‘워크플로 설계’가 새로운 기술이 되는 이유
과거에는 Photoshop을 깊게 배우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단축키를 익히고,
액션을 만들고,
프리셋을 구축하면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에 한 단계가 더 추가됩니다.
전체 제작 과정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매번 블로그 글을 읽고 직접 Shorts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시간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AI가 자동으로 핵심 주제를 추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매번 같은 형식으로 숏폼 대본을 작성한다면 그 구조를 프롬프트나 템플릿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같은 자막 스타일을 사용한다면 프리셋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발전하면 자동화 도구를 이용해 여러 단계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 만든 시스템이 다음 콘텐츠에서도 반복해서 작동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한 번의 노동이 여러 번 사용됩니다.
이것이 ‘시간 레버리지’다
창작자의 가장 큰 한계는 결국 시간입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콘텐츠 제작 방식에서는 생산량을 늘리려면 더 오래 일하거나 사람을 고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면 관계가 조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숏폼 하나를 만드는 데 매번 두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달에 20개를 만들면 40시간입니다.
그런데 반복 작업을 템플릿 화하고 AI와 자동화를 사용해 한 편당 30분으로 줄일 수 있다면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10시간으로 줄어듭니다.
30시간이 생깁니다.
이것이 AI가 창작자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일을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간에서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것.
즉, AI는 창작자의 시간을 레버리지하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함정이 생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AI를 최대한 많이 연결하면 되겠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AI 도구가 많아질수록 시스템은 강력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복잡해집니다.
텍스트 AI 세 개,
이미지 AI 네 개,
영상 AI 세 개,
음성 AI 두 개,
자동화 서비스 두 개를 사용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처음에는 엄청난 시스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서비스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었는지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파일이 여러 곳에 흩어집니다.
서비스마다 크레딧과 요금제를 관리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마다 다시 배워야 합니다.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보다 도구를 관리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AI 시대의 생산성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 중 하나입니다.
AI를 많이 쓰는 사람이 반드시 AI를 잘 쓰는 것은 아니다
AI 도구를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사용해보고 싶어집니다.
어제의 최고 AI가 몇 달 뒤에는 다른 서비스에 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기술을 따라가려고 하면 끝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신 AI를 모두 아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Minimum Creator Stack’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다음 기능만 해결하면 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두뇌
이미지·영상·음성을 만드는 생성 도구
결과물을 다듬는 전문 편집 도구
반복 작업을 줄이는 자동화
원본 파일을 보관하는 자산 저장소
이 다섯 가지가 안정적으로 연결된다면 굳이 모든 AI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개인도 하나의 작은 제작사가 된다
여기서 AI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려면 팀이 필요했습니다.
기획자,
작가,
디자이너,
촬영자,
편집자,
마케터.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가 발전하면서 한 사람이 이 여러 역할의 일부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물론 AI가 전문가의 모든 능력을 완전히 대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1인 크리에이터가 혼자 모든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었다면,
앞으로의 1인 크리에이터는 여러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지휘하는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작은 회사의 대표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콘텐츠 수익화의 구조도 달라진다
이 변화는 단순한 생산성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익 구조와도 연결됩니다.
콘텐츠 제작 비용이 낮아지면 하나의 원본 콘텐츠를 여러 채널로 확장하기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장문의 글 하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글은 검색 유입을 만드는 블로그 자산이 됩니다.
동시에 유튜브 영상의 대본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Shorts로 나눌 수 있습니다.
SNS 카드 콘텐츠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주제의 글이 충분히 쌓이면 전자책이나 유료 리포트로 묶을 수도 있습니다.
구조는 이렇게 됩니다.
아이디어 하나
↓
원본 콘텐츠 하나
↓
다양한 플랫폼 콘텐츠
↓
검색·추천을 통한 트래픽
↓
구독자와 독자 축적
↓
광고·제휴·디지털 상품·서비스
이때 AI의 역할은 단순히 글을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지적 자산을 여러 형태의 경제적 자산으로 변환하는 비용을 낮춰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자산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Adobe를 20년 사용하면 프로그램 사용 능력이 자산이 됩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그 위에 더 중요한 자산이 하나 생깁니다.
자신만의 제작 시스템입니다.
어떤 AI에게 무엇을 맡길 것인지,
어떤 작업은 사람이 직접 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자동화할 것인지,
원본 콘텐츠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를 어떻게 여러 플랫폼으로 확장할 것인지.
이 구조를 한번 잘 만들어놓으면 특정 프로그램이 바뀌어도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미지 AI가 바뀌면 이미지 생성 단계의 도구만 교체하면 됩니다.
영상 도구가 더 좋아지면 영상 단계만 바꾸면 됩니다.
이것이 모듈형 시스템의 강점입니다.
도구에는 종속되지 않지만 시스템은 남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Adobe를 해지하며 얻은 가장 큰 변화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Adobe를 해지하면 무엇을 설치해야 할지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무엇으로 Adobe를 대체할까?”
가 아니라,
“앞으로 나는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AI 시대에 진짜 격차는 프로그램 선택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AI를 기존 작업을 조금 빠르게 하는 데 사용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AI를 이용해 작업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합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수백 번의 작업이 반복되면 작은 효율의 차이는 엄청난 생산성 차이로 누적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AI가 기술적인 작업을 점점 더 많이 대신하고, 누구나 고품질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전문 창작자의 가치는 오히려 떨어지는 것 아닐까요?
저는 오히려 반대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구의 희소성이 사라질수록 다른 것이 희소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안목’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인 “AI가 전문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왜 오히려 창작자의 안목을 더 비싼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8. AI가 전문가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 도구가 평준화될수록 ‘안목’이 비싸진다
AI 이야기를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 디자이너나 사진가, 영상편집자는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
충분히 가능한 질문입니다.
실제로 생성형 AI가 하는 일을 보면 불안해질 만합니다.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이미지를 만들고,
사진 속 불필요한 물체를 지우고,
음성을 생성하고,
자동으로 자막을 만들고,
긴 영상을 짧은 영상으로 재구성합니다.
과거에는 며칠 동안 배워야 했던 작업을 몇 번의 클릭으로 처리하는 기능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오랫동안 배워온 사람들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먼저 없애고 있는 것은 전문가 자체라기보다 전문가가 독점하고 있던 ‘제작 기술의 진입장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역설적으로 더 희소해지는 능력이 있습니다.
바로 안목입니다.
과거에는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보정하려면 Photoshop을 배워야 했습니다.
영상편집을 하려면 Premiere나 다른 전문 편집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혀야 했습니다.
그래픽을 만들려면 Illustrator 같은 프로그램을 배워야 했습니다.
프로그램 자체도 지금보다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학습 자료 역시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특정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전문성이었습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희소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대중화될수록 이런 희소성은 조금씩 낮아집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과거에는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카메라가 필요했습니다.
노출을 이해해야 했고,
초점을 맞춰야 했으며,
촬영 후 사진을 보정하는 기술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꺼내 버튼 하나를 누르면 상당한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진가라는 직업이 완전히 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사진가에게 요구되는 가치의 기준이 올라갔습니다.
기술이 쉬워지면 평균 품질은 올라간다
AI 시대에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도 이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균적인 결과물의 품질이 올라갑니다.
예전에는 디자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만든 이미지와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이미지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템플릿과 생성형 AI가 발전하면서 그 간격의 일부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습니다.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 자막,
템플릿,
AI 음성,
자동 색보정,
자동 컷 편집 같은 기능이 기본적으로 제공되면 초보자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문가에게 위협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평균이 올라가면 무엇이 경쟁력이 될까요?
평균보다 조금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해집니다.
결국 더 높은 수준의 차별화가 필요해집니다.
AI는 결과물을 만들지만 ‘좋은 결과’가 무엇인지는 결정하지 못한다
이미지 생성 AI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재미있는 경험을 해봤을 것입니다.
몇 초 만에 여러 장의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처음에는 놀랍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어떤 이미지가 좋은 거지?”
AI가 열 장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100장을 만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한 장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여러 개의 후킹 문장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대본을 열 가지 버전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썸네일 아이디어도 수십 개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문장이 더 강한가?
어떤 장면이 메시지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가?
어떤 표현은 너무 흔한가?
어떤 디자인은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브랜드와 맞지 않는가?
이 판단은 단순히 생성 버튼을 누르는 능력과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생산 능력’보다 ‘선택 능력’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좋은 결과물을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생산 능력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수십 개의 결과물을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시대에는 문제가 반대로 바뀝니다.
결과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결과물이 너무 많아집니다.
이때 필요한 능력은 생산보다 선택입니다.
100개의 이미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20개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를 발전시키고,
10개의 대본 가운데 가장 강한 구조를 골라내는 능력입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한 ‘취향’과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좋은 안목은 막연하게 “이게 예쁘다”라고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 이미지가 더 강한지,
왜 이 장면을 빼야 하는지,
왜 이 문장이 사람의 관심을 끄는지,
왜 이 구성은 메시지를 흐리게 만드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축적된 판단력에 가깝습니다.
20년의 경험은 단축키가 아니라 ‘판단 데이터’로 남는다
여기서 오랫동안 전문 작업을 해온 사람들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AI가 Photoshop의 기능을 쉽게 만들어준다고 해서 지난 20년의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경험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20년 동안 사진을 다뤘다면 단순히 Photoshop 단축키만 배운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진을 봤습니다.
좋은 사진과 좋지 않은 사진을 비교했습니다.
빛을 관찰했습니다.
구도를 고민했습니다.
색의 미묘한 차이를 경험했습니다.
어떤 사진을 선택하고 어떤 사진을 버려야 하는지 반복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영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없이 많은 컷을 붙이고 버리면서 어떤 장면에서 사람이 지루함을 느끼는지 경험합니다.
음악이 언제 들어가야 하는지,
장면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는지,
어떤 컷이 다음 장면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감각이 쌓입니다.
이 모든 경험은 프로그램의 메뉴에 저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판단 체계에 저장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쌓인 전문성을 이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 = 축적된 판단 데이터
AI가 도구의 사용법을 쉽게 만들어도 이 데이터까지 즉시 복제해주지는 않습니다.
카메라가 좋아졌다고 모두가 사진가가 되지 않은 이유
카메라 기술의 역사를 보면 이 구조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과거에는 초점을 직접 맞춰야 했습니다.
노출도 사람이 결정했습니다.
필름을 선택하고,
현상하고,
인화하는 기술까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작업이 자동화됐습니다.
자동초점이 등장했고,
자동노출이 발전했고,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으며,
스마트폰에는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래피까지 들어왔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카메라가 알아서 상당 부분을 처리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카메라가 똑똑해질수록 사진은 쉬워졌는데 좋은 사진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카메라는 노출을 맞춰줄 수 있지만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는 결정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초점은 맞출 수 있지만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눌러야 하는지는 대신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AI 시대의 창작도 이와 비슷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그럴듯한 콘텐츠’가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다
AI가 보편화되면 인터넷에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미지,
블로그 글,
영상,
음악,
광고,
SNS 게시물까지 제작 비용이 빠르게 낮아집니다.
그러면 새로운 희소성이 등장합니다.
콘텐츠가 아니라 관심입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24시간은 그대로인데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결국 경쟁은
누가 더 많이 만드는가
에서
누가 선택받는가
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선택받으려면 단순히 깨끗하고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점이 필요하고,
스토리가 필요하고,
신뢰가 필요하고,
일관된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결국 ‘도구의 민주화’는 ‘안목의 양극화’를 만들 수 있다
AI는 제작 도구를 민주화합니다.
과거에는 전문가만 할 수 있었던 일을 일반인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비슷한 수준의 도구를 가지게 되면 새로운 격차가 만들어집니다.
무엇을 만들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격차입니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결과는 달라집니다.
한 사람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고,
다른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담은 이미지를 만듭니다.
한 사람은 AI가 써준 글을 그대로 올리고,
다른 사람은 AI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더 깊게 확장합니다.
도구는 같지만 결과는 다릅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앞으로의 전문가는 ‘손이 빠른 사람’보다 ‘기준이 있는 사람’ 일 수 있다
과거의 전문가는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능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위에 더 중요한 능력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준을 가진 사람입니다.
무엇이 좋은지 판단할 수 있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알고,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명확하며,
도구가 바뀌어도 자신의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저는 이것이 AI 시대의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AI를 배울 때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을 보는 것.
좋은 영화를 보는 것.
좋은 글을 읽는 것.
좋은 디자인을 분석하는 것.
그리고 직접 만들고 실패하면서 자신의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AI는 속도를 만들어주지만 방향까지 만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Adobe를 떠나며 남은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20년 넘게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처음에는 무엇인가를 잃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안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진을 선택했던 경험,
영상을 편집했던 경험,
실패했던 작업,
좋았던 결과물,
클라이언트의 반응,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에서 멈추는지 관찰했던 경험.
그것들은 구독을 해지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그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AI가 생산을 담당하고,
사람이 방향을 정하고,
경험이 품질을 판단합니다.
이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AI는 전문가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을 훨씬 크게 증폭시키는 레버리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개인 창작자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의 콘텐츠 시장에서는 제작 인력, 소프트웨어, AI,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한 사람이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가’라는 생산성의 경계 자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시선을 조금 넓혀 미국·한국·일본의 창작 환경에서 AI가 어떻게 제작 구조를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 변화가 특히 1인 크리에이터에게 거대한 기회가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9. 미국·한국·일본의 창작 환경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날까?
AI가 창작자의 작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특정 프로그램의 유행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지금 세계의 콘텐츠 산업에서는 비슷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각 나라의 산업 구조와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AI가 받아들여지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I를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에서는 빠른 플랫폼 변화와 숏폼 중심의 콘텐츠 경쟁 속에서 제작 속도를 높이는 도구로 빠르게 활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처럼 전통적인 제작 프로세스와 장인적 전문성이 강한 시장에서는 기존 방식과 AI가 어떻게 결합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세 시장을 관통하는 흐름은 비슷합니다.
콘텐츠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과 시간, 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이 변화가 앞으로 창작자의 경제 구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 AI를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보다 ‘생산성을 확대하는 기술’로 본다
미국의 기술 산업을 보면 새로운 도구가 등장할 때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Productivity, 즉 생산성입니다.
AI 역시 비슷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가.
작은 팀이 과거의 큰 조직과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가.
콘텐츠 산업에서도 이런 사고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하나의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마케터 등 여러 직군이 협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초안 단계의 상당 부분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카피 아이디어를 여러 개 만들고,
광고 이미지의 콘셉트를 실험하고,
영상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SNS별 문구를 변환하고,
성과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는 과정까지 AI가 보조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작업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슈퍼 개인’이라는 새로운 생산 단위가 등장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생산성의 핵심은 조직이었습니다.
큰 일을 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이 늘어나면 생산량도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규모가 곧 생산능력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이 관계를 조금씩 분리했습니다.
인터넷이 유통 비용을 낮추고,
클라우드가 인프라 비용을 낮추고,
플랫폼이 전 세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AI가 마지막으로 건드리고 있는 것이 지적 생산 비용입니다.
글을 쓰고,
디자인하고,
분석하고,
번역하고,
코딩하고,
영상을 만드는 비용까지 낮추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결합되면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납니다.
개인이 과거 작은 회사가 하던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기업 전체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경제적 결과물의 상한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한국 — AI와 숏폼이 만나면 ‘속도의 경제’가 만들어진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매우 빠른 변화입니다.
새로운 플랫폼과 포맷이 등장하면 빠르게 확산되고,
트렌드의 수명도 짧습니다.
YouTube Shorts와 Instagram Reels 같은 숏폼 환경에서는 이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이 시장에서는 콘텐츠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가.
제목을 바꿔보고,
첫 3초의 후킹을 바꿔보고,
영상 길이를 바꿔보고,
썸네일을 바꿔보고,
반응이 좋은 주제를 다시 확장합니다.
과거의 전통적인 영상 제작 방식으로 이런 실험을 반복하면 제작 비용이 너무 높습니다.
하지만 AI가 제작비용을 낮추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가지 아이디어로 대본을 여러 개 만들고,
후킹 문장을 다르게 만들어보고,
장문의 영상을 여러 개의 숏폼으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콘텐츠 제작도 점점 대규모 실험 시스템에 가까워집니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포트폴리오 전략’이 중요해질 수 있다
이 구조는 투자와도 조금 비슷합니다.
어떤 콘텐츠가 성공할지는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상을 만들어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볍게 만든 영상 하나가 예상치 못하게 크게 확산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자원을 하나의 콘텐츠에 투입하는 전략보다 여러 콘텐츠를 테스트하고 반응이 확인된 주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해 하나의 주제에서 10개의 숏폼 아이디어를 테스트합니다.
그중 두 개의 반응이 좋습니다.
그러면 그 두 주제를 장문 영상으로 확장합니다.
그리고 장문 영상을 블로그와 뉴스레터, 디지털 상품으로 연결합니다.
구조는 이렇게 됩니다.
저비용 테스트
↓
시장 반응 확인
↓
성공 콘텐츠 선별
↓
고품질 콘텐츠로 재투자
↓
수익화
AI가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첫 번째 단계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 장인적 전문성과 AI는 정말 반대편에 있을까?
일본 콘텐츠 산업을 생각하면 장인적 제작 문화와 세밀한 품질 관리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
애니메이션,
디자인,
게임,
광고 등에서 오랜 제작 경험과 전문적인 분업 구조가 존재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AI 도입이 단순히 ‘빠르게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품질과 저작권,
창작자의 정체성,
기존 제작 프로세스와의 충돌 같은 문제가 함께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장에서 AI의 역할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 결과물을 AI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중간 작업을 줄이는 것입니다.
자료 정리,
아이디어 탐색,
번역 초안,
스토리보드 초안,
반복적인 수정,
파일 분류 같은 영역에서 AI를 활용하고,
사람은 최종 품질과 표현에 집중합니다.
즉,
AI가 장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 장인다운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 관점은 전문 창작자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결국 세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제작비용의 하락’이다
미국에서는 생산성,
한국에서는 속도와 실험,
일본에서는 기존 전문성과의 결합이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콘텐츠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한계비용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콘텐츠 하나를 추가로 만들 때마다 다시 노동해야 했습니다.
촬영하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글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가 발전하면 이미 만들어진 원본을 다른 형태로 변환하는 비용이 낮아집니다.
블로그 글을 영상으로 만들고,
영상을 숏폼으로 만들고,
숏폼을 여러 플랫폼에 맞게 변환합니다.
원본은 하나인데 결과물은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상당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노동의 한계비용이 내려가면 개인의 레버리지가 커진다
전통적인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수입이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한 시간 일하면 한 시간의 결과물이 나옵니다.
두 배의 결과물을 만들려면 더 오래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다릅니다.
글 하나를 인터넷에 올리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읽을 수 있습니다.
영상 하나를 올리면 수천 명, 수만 명이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전자책 하나를 만들면 추가 제작 없이 여러 번 판매할 수 있습니다.
AI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디지털 자산을 만드는 비용 자체를 낮춥니다.
그래서
AI + 콘텐츠 + 플랫폼
이라는 조합은 개인에게 상당히 강력한 레버리지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는 생산비용을 낮추고,
콘텐츠는 복제되고,
플랫폼은 배포합니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되면 과거에는 조직이 필요했던 규모의 생산과 유통을 개인도 일부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많이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승리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제작비용이 낮아지면 나만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AI가 누구에게나 제공된다면 공급량은 폭발합니다.
하루에 블로그 글 하나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고,
하루에 숏폼 몇 개를 제작하는 것도 점점 쉬워집니다.
결국 콘텐츠의 공급이 증가하면 다시 희소성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두 가지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생산 시스템 + 차별화된 관점
생산 시스템만 있으면 흔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드는 공장이 될 수 있습니다.
관점만 있고 생산 시스템이 없다면 좋은 생각을 충분히 확산시키기 어렵습니다.
둘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1인 크리에이터에게는 거대한 기회다
과거에는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신문을 만들려면 인쇄시설이 필요했고,
방송을 하려면 방송국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넷과 YouTube가 유통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누구나 세계를 향해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제작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좋은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AI는 지금 이 마지막 장벽까지 낮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AI 시대를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시대’라고만 바라보는 것은 절반의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절반에서는 전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직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을 개인이 할 수 있게 되는 시대.
이것이 1인 크리에이터에게 AI가 중요한 진짜 이유일 수 있습니다.
이제 경쟁력은 ‘프로그램 목록’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한다
과거 창작자의 능력을 설명할 때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Photoshop 가능.
Illustrator 가능.
Premiere Pro 가능.
After Effects 가능.
프로그램 숙련도가 곧 직무 능력의 중요한 증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다른 질문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가?
그 콘텐츠를 몇 개의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반복 작업을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는가?
AI가 만든 결과를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수정할 수 있는가?
결국 프로그램 하나를 배우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만의 AI 제작 시스템을 만드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Adobe를 해지한 이후의 질문도 명확해집니다.
“Adobe 대신 무엇을 설치할까?”가 아닙니다.
“앞으로 내가 사용할 창작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다음 장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AI 시대의 창작자가 갖춰야 할 것은 왜 ‘프로그램 숙련도’가 아니라 ‘AI 제작 시스템’인지, 그리고 기획 → 생성 → 편집 → 자동화 → 배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면 개인의 생산성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0. 앞으로 창작자가 갖춰야 할 것은 ‘프로그램 숙련도’가 아니라 ‘AI 제작 시스템’이다
20년 전 창작자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Photoshop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
Illustrator를 사용할 수 있는가.
Premiere Pro로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가.
After Effects로 모션그래픽을 만들 수 있는가.
실제로 취업이나 외주 시장에서도 이런 프로그램 숙련도가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창작자는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배웠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익히고,
단축키를 외우고,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더 빠르게 작업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AI 시대가 되면서 이 기준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능력이 갑자기 필요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능력이 그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바로 전체 제작 과정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프로그램은 기술이지만 시스템은 구조다
Photoshop을 배우면 이미지 편집이라는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Premiere Pro를 배우면 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하나를 실제로 시장에 내놓으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를 찾고,
자료를 조사하고,
기획하고,
글을 쓰고,
촬영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고,
제목과 썸네일을 만들고,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성과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 각각의 단계를 별개의 업무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I와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과정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AI 시대의 생산성은 특정 단계의 속도보다 전체 흐름의 속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Photoshop이 빨라도 전체 제작 과정이 느리면 소용없다
공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열 개의 공정이 있는 생산라인에서 한 공정의 속도만 두 배 빨라졌다고 해서 전체 생산량이 두 배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공정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제품은 그곳에서 멈춥니다.
콘텐츠 제작도 똑같습니다.
글을 AI로 10분 만에 만들었다고 해도 이미지 제작에 두 시간이 걸린다면 전체 생산시간은 크게 줄지 않습니다.
영상편집을 빠르게 끝냈지만 제목과 썸네일을 만드는 데 다시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각의 프로그램 속도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최종 콘텐츠가 되어 세상에 나가기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창작자는 자신의 작업을 하나의 생산라인처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 → 생성 → 편집 → 자동화 → 배포 → 분석
제가 생각하는 AI 시대의 기본적인 콘텐츠 제작 구조는 크게 여섯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획
↓
생성
↓
편집
↓
자동화
↓
배포
↓
분석
그리고 마지막 분석 결과가 다시 다음 기획으로 돌아갑니다.
즉, 직선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입니다.
① 기획 — AI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확장한다
첫 번째 단계는 기획입니다.
AI를 사용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모든 생각을 AI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요즘 인기 있는 주제 알려줘.”
“블로그 글 써줘.”
“유튜브 대본 만들어줘.”
이런 방식만 반복하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물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AI는 내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발견한 현상을 던지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묻고,
반대 논리를 찾아보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고,
숨겨진 메커니즘을 분석합니다.
사람이 질문을 만들고 AI가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콘텐츠의 시작은 여전히 좋은 질문입니다.
② 생성 — 하나의 원본 콘텐츠를 만든다
두 번째는 생성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여러 플랫폼의 콘텐츠를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깊이 있는 원본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000~10,000자의 장문 글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글 안에는
핵심 주장,
사례,
스토리,
데이터,
비유,
질문,
결론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블로그 글이 아닙니다.
하나의 콘텐츠 원본 자산입니다.
그리고 AI를 이용하면 이 원본을 다양한 형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③ 편집 — AI가 만든 것을 사람이 완성한다
세 번째는 편집입니다.
AI 시대에 편집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는 많은 것을 생성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일반적인 표현이나 반복적인 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개입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내용을 제거하고,
논리를 다시 정리하고,
자신의 경험을 추가하고,
문체를 통일하고,
이미지와 영상의 품질을 판단합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안목이 작동합니다.
AI가 초안을 만든다면,
사람은 방향을 결정합니다.
④ 자동화 — 반복되는 노동을 시스템으로 바꾼다
네 번째부터 AI 시대의 생산성이 본격적으로 달라집니다.
자동화입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반복되는 작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블로그 글에서 핵심 문장을 추출합니다.
숏폼 아이디어를 만듭니다.
60초 대본으로 바꿉니다.
제목을 여러 개 만듭니다.
설명문을 작성합니다.
플랫폼별 문구를 다시 만듭니다.
매번 같은 일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면 그 부분은 자동화 후보입니다.
처음에는 프롬프트 템플릿만 만들어도 좋습니다.
그다음에는 여러 AI와 자동화 도구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 원칙은 단순합니다.
두 번 이상 반복되는 작업이라면 시스템화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⑤ 배포 —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다섯 번째는 배포입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콘텐츠를 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문 콘텐츠 하나가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글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핵심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듭니다.
영상에서 강한 주장 다섯 개를 뽑아 Shorts로 만듭니다.
핵심 문장을 SNS 콘텐츠로 만듭니다.
몇 개의 관련 글이 쌓이면 뉴스레터로 재구성합니다.
그리고 같은 주제가 충분히 축적되면 전자책이나 유료 리포트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구조는 이렇게 됩니다.
원본 콘텐츠 1개
↓
블로그
YouTube
Shorts
SNS
뉴스레터
전자책
하나의 노동이 여러 플랫폼에서 반복해서 작동합니다.
이것이 콘텐츠 레버리지입니다.
⑥ 분석 — 조회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 신호’를 읽는다
마지막 단계는 분석입니다.
콘텐츠를 올리고 조회수를 확인하는 데서 끝내면 안 됩니다.
어떤 제목의 클릭률이 높았는지,
어떤 주제에서 체류시간이 길었는지,
어떤 숏폼에서 사람들이 이탈했는지,
어떤 검색어로 사람들이 들어왔는지,
어떤 콘텐츠가 구독으로 연결됐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데이터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알려주는 시장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신호를 다시 다음 콘텐츠 기획에 넣습니다.
그러면 시스템은 이렇게 완성됩니다.
기획 → 생성 → 편집 → 자동화 → 배포 → 분석 → 다시 기획
이것이 단순한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시스템의 차이입니다.
여기서 AI가 ‘두 번째 뇌’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이 구조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AI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단순히 글을 대신 써주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과거 콘텐츠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관련 주제를 연결하고,
기존 콘텐츠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창작자의 외부 두뇌에 가까워집니다.
사람은 방향과 판단을 담당하고,
AI는 기억과 확장과 반복 작업을 보조합니다.
이 조합이 강력한 이유는 인간이 가장 부족한 자원인 시간과 주의력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투자 방식이 다르다
프로그램을 배우면 내가 빨라집니다.
시스템을 만들면 다음 작업도 빨라집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Premiere 단축키 하나를 익히면 다음 편집이 조금 빨라집니다.
하지만 블로그 글을 숏폼 대본으로 자동 변환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앞으로 작성하는 수십 개의 글에서 같은 시간이 절약됩니다.
즉,
프로그램 숙련 = 개인 생산성
이라면,
시스템 구축 = 누적 생산성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만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10개, 50개, 100개로 늘어날수록 차이는 커집니다.
복리와 비슷합니다.
작은 효율이 반복되면서 거대한 시간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앞으로 창작자의 포트폴리오도 달라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Photoshop 10년 사용.”
“Premiere Pro 능숙.”
“After Effects 가능.”
앞으로는 이런 능력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조금 다른 질문이 추가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어떤 제작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가?
하나의 아이디어를 장문 콘텐츠로 만들고,
그것을 영상과 숏폼으로 확장하고,
자동화를 통해 반복 작업을 줄이고,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콘텐츠에 반영하는 능력.
이것은 단순한 프로그램 사용자가 아니라 콘텐츠 시스템 운영자에 가까운 역할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Adobe 해지 이후 제가 진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결국 Adobe를 해지하면서 제 목표는 Adobe 없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Adobe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찾아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은
적은 도구로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창작 시스템입니다.
좋은 도구가 등장하면 사용합니다.
더 좋은 도구가 나오면 교체합니다.
하지만 전체 구조는 유지합니다.
AI가 바뀌어도,
영상편집 프로그램이 바뀌어도,
플랫폼이 바뀌어도
내 콘텐츠 자산과 제작 시스템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관점에서 보면 20년 넘게 사용한 Adobe를 해지한 사건의 의미도 조금 달라집니다.
그것은 프로그램 하나와의 이별이라기보다,
도구 중심으로 일하던 방식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작은 전환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Adobe를 떠나는 것이 정말 정답일까요?
모든 창작자가 Adobe 구독을 해지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좋은 도구와 나에게 필요한 도구를 구분하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다음 장에서는 Adobe를 해지하고 나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 ‘Adobe가 좋은가 나쁜가’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1. Adobe를 해지하면서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것 — 좋은 도구와 필요한 도구는 다르다
Adobe 구독을 해지했다고 하면 자칫 이 글이 ‘Adobe는 이제 필요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Adobe의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Photoshop이 필요한 전문 작업이 있고,
Premiere Pro가 편한 제작 환경이 있으며,
Illustrator나 After Effects가 사실상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작업도 분명 존재합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파일을 주고받는 협업 환경이나 기존 프로젝트와의 호환성이 중요한 현업에서는 개인의 선호만으로 도구를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의 결론을
“AI가 나왔으니 Adobe는 끝났다.”
라고 정리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제가 Adobe를 해지하면서 발견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사실과 지금 나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같은 것일까?
생각보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자주 혼동합니다.
최고의 도구가 반드시 나에게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카메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영화 촬영용 카메라는 분명 훌륭한 장비입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색 표현,
코덱,
확장성 등 여러 면에서 스마트폰과 비교하기 어려운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여행을 하면서 간단한 영상을 찍는 사람에게도 그 카메라가 최고의 선택일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메라의 성능과 사용 목적에 대한 적합성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Photoshop에 기능이 100개 있다고 해도 내가 반복해서 사용하는 기능이 열 개뿐이라면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머지 90개의 기능이 아닙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열 개의 기능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결국 좋은 도구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능의 숫자가 아니라
내가 하려는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해 주는가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왜 필요하지 않은 기능까지 계속 보유하려 할까?
여기에는 재미있는 심리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옵션 가치입니다.
지금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그것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나중에 Photoshop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After Effects를 다시 사용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혹시 Illustrator 파일을 열어야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면 구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문제는 이런 ‘언젠가’가 계속 쌓인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사용할 프로그램,
언젠가 읽을 서비스,
언젠가 필요할 클라우드,
언젠가 사용할 AI.
우리는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비용을 계속 지불합니다.
물론 그 선택이 합리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언젠가’를 위해 나는 지금 매년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가?
AI 시대에는 ‘도구 FOMO’까지 생긴다
요즘 AI를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종류의 불안이 생깁니다.
새로운 AI가 등장합니다.
SNS와 YouTube에서는 이런 제목이 쏟아집니다.
“이 AI를 모르면 뒤처집니다.”
“기존 프로그램을 끝내버린 AI.”
“업무시간을 90% 줄여주는 AI.”
“이제 이것 하나면 됩니다.”
그러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일단 가입합니다.
무료 체험을 해봅니다.
조금 좋아 보이면 유료 구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다른 AI가 등장합니다.
결국 창작자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AI 도구를 수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Adobe 생태계에 의존했던 것과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비슷한 함정입니다.
도구가 작업의 중심에 놓이는 것입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도구 추가 능력’보다 ‘도구 삭제 능력’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항상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생각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램.
새로운 AI.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자동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능력이 있습니다.
무엇을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사람의 시간과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열 개의 프로그램을 깊게 이해하기 어렵고,
매주 등장하는 AI를 모두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핵심 작업을 먼저 정의하고 그 작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도구만 남겨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Creator Stack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 스택입니다.
나만의 Creator Stack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먼저 프로그램 목록부터 만들면 안 됩니다.
내가 반복적으로 하는 작업 목록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작자라면 이런 작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료 조사,
아이디어 정리,
글쓰기,
사진 촬영,
사진 보정,
영상 촬영,
영상편집,
썸네일 제작,
숏폼 제작,
SNS 배포,
파일 보관.
그리고 각각의 작업 옆에 현재 사용하는 도구를 적습니다.
그다음 네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실제로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둘째, 이것이 없으면 결과물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가?
셋째, 더 단순하거나 저렴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넷째, AI나 자동화로 이 작업 자체를 줄일 수 있는가?
이 네 질문만 해도 상당한 프로그램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전문 도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배치하는 것이다
AI 시대라고 해서 모든 것을 AI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전문 프로그램의 위치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전문 프로그램이 작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Photoshop을 열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했습니다.
Premiere를 열고 영상을 처음부터 편집했습니다.
앞으로는 전문 프로그램이 점점 마지막 품질을 결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AI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초안을 만들고,
반복 작업을 줄인 뒤,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 순간에 전문 도구를 사용합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AI = 탐색과 생산
자동화 = 반복 작업
전문 프로그램 = 정밀 작업과 마무리
인간 = 방향과 판단
이 역할 분담이 만들어지면 굳이 모든 일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해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변화는 창작자의 시간 사용법도 바꾼다
생각해 보면 창작자의 가장 비싼 자원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시간입니다.
특히 경험이 쌓일수록 시간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20년 경력의 사람이 하루 종일 반복적인 배경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의 경험이 가장 가치 있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AI가 그 작업을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면 사람은 다른 곳에 시간을 사용해야 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
어떤 사진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장면을 촬영할 것인지,
어떤 콘텐츠를 장기적인 자산으로 만들 것인지.
즉,
기계가 잘하는 일에서 인간이 잘하는 일로 시간을 이동시키는 것.
저는 이것이 AI 도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생산성은 ‘얼마나 빨리 일하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같은 일을 더 빨리 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높은 단계의 생산성은 다릅니다.
애초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두 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AI로 20분에 하는 것도 생산성 향상입니다.
하지만 그 작업 자체가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들면 더 큰 변화가 생깁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세 단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 자동화한다.
반복 작업을 AI에게 맡깁니다.
2단계 — 단순화한다.
불필요한 프로그램과 과정을 줄입니다.
3단계 — 제거한다.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작업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1단계에 머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큰 생산성은 3단계에서 나옵니다.
‘Adobe를 해지했다’보다 중요한 질문
결국 중요한 것은 제가 Adobe를 해지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Adobe Creative Cloud가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전문 디자인 회사,
영상 제작사,
광고회사,
협업 파일이 중요한 조직,
특정 플러그인과 작업 환경에 의존하는 전문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작업 범위가 달라졌거나 AI 중심으로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는 개인 창작자라면 다른 선택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은 같습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필요해서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오랫동안 사용해 왔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Adobe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달 돈을 내고 있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구독 목록은 결국 내가 일하는 방식의 지도다
한 번 자신의 카드 명세서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dobe,
클라우드,
AI,
영상 서비스,
음악,
생산성 프로그램,
자동화 도구.
매달 돈을 내고 있는 서비스들을 연결하면 사실상 내가 일하는 방식의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구독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닙니다.
내 작업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어떤 도구를 남길 것인가.
어떤 도구를 버릴 것인가.
어떤 작업을 AI에게 맡길 것인가.
어디에서 내가 직접 개입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에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할 것인가.
Adobe를 해지하면서 제가 얻은 가장 큰 변화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몇 만 원의 구독료를 줄였다는 것보다,
20년 동안 거의 질문하지 않았던 제 작업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제가 버리고 싶었던 것은 Adobe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당연함’이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글의 마지막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왜 20년 넘게 사용한 Adobe를 떠난 일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해지가 아니라 AI 시대를 바라보는 하나의 작은 전환점이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창작자에게 정말 남게 될 경쟁력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2. 결론 — 내가 버린 것은 Adobe가 아니라 ‘당연함’이었다
20년 넘게 사용한 프로그램을 해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Photoshop을 배우던 시절부터 사진을 보정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Adobe는 늘 제 작업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바뀌어도 다시 설치했습니다.
카메라가 바뀌어도 사용했습니다.
작업 환경이 달라져도 Adobe는 그대로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Adobe를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당연히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Adobe 구독 해지는 프로그램 하나를 삭제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정말 버리고 싶었던 것은 Adobe가 아니었습니다.
20년 동안 너무 익숙해져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던 ‘당연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익숙한 도구를 ‘필요한 도구’라고 착각한다
오랫동안 사용하는 도구에는 특별한 힘이 생깁니다.
익숙함입니다.
단축키를 알고,
메뉴 위치를 알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익숙함은 생산성을 높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의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방법을 검토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니까.”
“다들 이 프로그램을 쓰니까.”
“예전부터 사용해 왔으니까.”
이런 이유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기술 환경이 크게 바뀌는 시기에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가장 효율적이었던 방식이 앞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전환점에서는 ‘더 좋은 도구’보다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다
기술의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반복됩니다.
필름카메라 시대에는 더 좋은 필름과 더 좋은 현상 기술이 경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장의 구조를 바꾼 것은 더 좋은 필름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였습니다.
종이지도 회사들은 더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길 찾는 방식을 바꾼 것은 더 좋은 종이지도가 아니라 GPS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음악 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 좋은 CD 플레이어가 음악 소비의 미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이라는 전혀 다른 방식이 시장을 바꿨습니다.
이 변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존 제품을 조금 개선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기술이 시장을 재편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생성형 AI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바꾸는 것은 Photoshop의 기능이 아닐지도 모른다
AI 시대를 바라볼 때 우리는 쉽게 이런 비교를 합니다.
“이 AI가 Photoshop보다 좋은가?”
“이 영상 AI가 Premiere를 대체할 수 있을까?”
“어떤 프로그램이 Adobe의 경쟁자가 될까?”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점점 더 중요하다고 느낀 질문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
만약 답이 ‘아니다’라면 프로그램끼리의 기능 비교만으로는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미지를 직접 합성하는 대신 필요한 이미지를 먼저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한 시간짜리 영상을 처음부터 확인하는 대신 AI가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직접 자막을 입력하는 대신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습니다.
장문의 글 하나를 여러 개의 숏폼과 SNS 콘텐츠로 빠르게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씩 보면 작은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연결되면 창작의 전체 프로세스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소프트웨어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의 창작자는 ‘도구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전문 창작자의 경쟁력은 도구 숙련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잘 다루는 사람.
Photoshop을 잘 사용하는 사람.
Premiere Pro 편집이 빠른 사람.
After Effects로 복잡한 효과를 만드는 사람.
도구를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숙련도 자체가 희소성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제작 기술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이 희소성은 조금씩 이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압니까?”
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가?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가?
어디까지 AI에게 맡길 것인가?
어디에서 사람이 개입할 것인가?
어떻게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자산으로 확장할 것인가?
창작자의 역할이 단순한 작업자에서 디렉터이자 시스템 설계자로 조금씩 이동하는 것입니다.
도구가 평준화될수록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해진다
AI는 많은 사람에게 비슷한 능력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글의 초안을 만들 수 있고,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으며,
영상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될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같은 카메라를 가진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사진을 찍는 것처럼,
같은 AI를 사용해도 결과는 달라집니다.
차이는 도구보다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가에서 만들어집니다.
어떤 현상에서 질문을 발견하는 사람과 그냥 지나치는 사람.
모두가 보는 뉴스에서 구조를 발견하는 사람과 표면적인 사건만 보는 사람.
AI가 만든 100개의 결과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과 단순히 첫 번째 결과를 사용하는 사람.
이 차이가 점점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기술이 평준화할 수 없는 영역이 남습니다.
경험, 관점, 질문, 판단 그리고 안목입니다.
그래서 20년의 경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AI가 등장하면 오래된 기술을 배워온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년 동안 사진과 영상을 다루며 쌓은 경험의 진짜 가치는 Photoshop 단축키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에 있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진 가운데 어떤 사진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했던 경험.
빛을 읽었던 경험.
사람의 표정을 기다렸던 경험.
필요 없는 장면을 잘라냈던 경험.
좋은 결과와 실패한 결과를 반복해서 비교했던 경험.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준이 진짜 자산이었습니다.
AI는 제작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도를 어느 방향으로 사용할지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창작자에게 AI는 반드시 경쟁자일 필요가 없습니다.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오랫동안 축적한 판단력을 훨씬 더 큰 규모로 사용하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창작자는 작은 제작사를 운영하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1인 창작자의 작업 화면을 상상해 봅니다.
AI가 자료를 정리합니다.
다른 AI가 아이디어를 확장합니다.
이미지 생성 도구가 시각 자료를 만듭니다.
음성 AI가 내레이션을 생성합니다.
영상 도구가 초안을 만들고,
자동화 시스템이 반복 작업을 처리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이 전체 과정을 지휘합니다.
이 모습은 더 이상 혼자 모든 것을 만드는 전통적인 1인 크리에이터와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여러 명의 가상 작업자를 관리하는 작은 제작사의 디렉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해질수록 개인의 생산능력은 과거보다 훨씬 커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로 무엇을 구축하는 가다
앞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AI를 사용하게 된다면
“나는 AI를 사용한다.”
라는 말 자체에는 별다른 경쟁력이 없어질 것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아닌 것과 비슷합니다.
그다음 단계의 질문이 중요합니다.
AI를 이용해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는가?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가,
아니면 한 번의 작업이 계속 재사용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AI를 이용해 콘텐츠 하나를 빠르게 만드는가,
아니면 콘텐츠 하나가 블로그, 영상, 숏폼, 뉴스레터, 디지털 상품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결국 경쟁력은 AI라는 도구 자체가 아니라
AI를 자신의 경험과 자산, 시스템에 연결하는 능력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제 프로그램보다 ‘내가 남기는 것’을 생각하려 한다
소프트웨어는 계속 바뀝니다.
Photoshop이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지 작업은 존재했습니다.
Premiere Pro가 등장하기 전에도 영상편집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AI 가운데 상당수도 5년 뒤에는 다른 서비스로 바뀌어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특정 프로그램에 자신의 정체성을 묶는 것은 점점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교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남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내 사진.
내 영상.
내 글.
내 경험.
내 관점.
내가 축적한 독자와 신뢰.
그리고 이것들을 계속 생산할 수 있는 나만의 시스템.
도구가 바뀌어도 이것들은 남습니다.
Adobe를 해지한 것은 끝이 아니라 작은 실험의 시작이다
그래서 20년 넘게 사용한 Adobe를 해지한 일을 거창한 선언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Adobe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몇 달 뒤 특정 작업 때문에 다시 어떤 Adobe 프로그램이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프로그램을 당연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사용합니다.
필요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생기면 바꿉니다.
하지만 제가 만들고 있는 콘텐츠와 경험, 그리고 작업 시스템은 계속 남깁니다.
이것이 AI 시대에 제가 선택한 방향입니다.
결국 내가 버린 것은 Adobe가 아니라 ‘당연함’이었다
20년 동안 Adobe는 제게 하나의 표준이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들어와 처음으로 그 표준을 의심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질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새로운 프로그램일까요?
새로운 AI일까요?
물론 그것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도구를 쫓아가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도구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기준을 만드는 것.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것.
좋은 것과 평범한 것을 구분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
반복되는 노동을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기술이 절약해 준 시간을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좋은 것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것.
어쩌면 AI 시대의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창작 방식입니다.
Adobe를 해지하며 제가 얻은 것은 몇 만 원의 구독료 절감이 아니었습니다.
20년 동안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제대로 던져보지 않았던 질문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이 방식이 최선인가?”
AI 시대에는 어쩌면 이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 창작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Adobe 구독을 해지하면 Photoshop과 Premiere Pro를 계속 사용할 수 있나요?
Adobe Creative Cloud의 구독형 유료 앱은 기본적으로 구독이 종료되면 이전처럼 계속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Adobe 구독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단순히 결제부터 중단하기보다 기존 작업 환경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Adobe를 사용했다면 PSD, AI, Premiere Pro 프로젝트, After Effects 프로젝트 등 기존 파일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는 미리 백업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야 하는 파일과 앞으로도 Adobe 환경이 필요한 파일을 구분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즉, Adobe 구독 해지는 프로그램 삭제보다 기존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먼저입니다.
Q2. Adobe 구독을 해지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기존 프로젝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만든 파일 가운데 다시 열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실제 사용 빈도입니다.
Photoshop, Premiere Pro, Illustrator, Lightroom, After Effects 가운데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기록해 보면 생각보다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대체 가능성입니다.
단순 보정이나 블로그 이미지 제작처럼 다른 프로그램이나 AI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작업과, 전문적인 편집 환경이 필요한 작업을 분리해 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계약 조건과 해지 시점에 따른 비용도 확인해야 합니다.
‘Adobe를 해지할까?’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Adobe로 실제 무엇을 하고 있는가?’입니다.
Q3. Photoshop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이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Photoshop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사진의 기본적인 색보정이 필요한 사람과 정밀한 합성과 리터칭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은 다릅니다.
블로그 이미지와 유튜브 썸네일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복잡한 전문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고급 합성, 레이어 기반의 정밀 편집, 전문 출력 등 특정 작업에서는 Photoshop 수준의 전문 프로그램이 여전히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Photoshop을 무엇으로 대체할까?”
보다
“내 작업 가운데 Photoshop이 정말 필요한 부분은 어디까지인가?”
라고 질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4. Premiere Pro 대신 DaVinci Resolve를 사용해도 될까요?
전문 영상편집을 위한 대안을 찾는다면 DaVinci Resolve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입니다.
영상편집뿐 아니라 색보정, 오디오 후반작업, VFX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존 Premiere Pro 프로젝트와의 호환성, 사용하는 플러그인, 협업 상대방의 작업 환경, 기존 단축키와 워크플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Premiere Pro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프로그램 가격보다 새로운 작업 환경에 적응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도 비용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 프로그램은 단순히 싸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내 전체 작업시간을 줄여주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Q5. 숏폼 영상도 전문 영상편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브랜드 필름이나 광고 영상, 다큐멘터리처럼 세밀한 편집과 색보정이 중요한 작업과 Shorts, Reels 같은 빠른 숏폼 제작은 목적이 다릅니다.
숏폼에서는 자동 자막, 세로 화면 구성, 빠른 컷 편집, 템플릿과 반복 생산성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영상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전문 영상 = 전문 편집 환경
대량 숏폼 = 빠른 콘텐츠 제작 환경
처럼 목적에 따라 제작 시스템을 분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Q6. AI가 발전하면 Photoshop이나 Premiere Pro 같은 프로그램은 사라질까요?
당장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전문 프로그램의 역할이 바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Photoshop이나 Premiere Pro가 작업의 출발점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초안을 만들고 전문 프로그램이 마지막 품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즉,
AI → 생성·탐색·반복 작업
전문 프로그램 → 정밀 수정·품질 관리
인간 → 방향·선택·판단
이라는 역할 분담입니다.
AI가 전문 프로그램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사람이 전문 프로그램에서 직접 해야 하는 작업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현실적입니다.
Q7. AI가 발전하면 사진가, 디자이너, 영상편집자의 경쟁력은 떨어질까요?
일부 기술의 희소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경 제거, 기본적인 이미지 생성, 자동 자막, 간단한 영상편집처럼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작업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작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오히려 다른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어떤 이미지를 선택할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
AI가 만든 결과물 가운데 무엇을 버릴 것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어디에서 붙잡을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결국 도구의 희소성이 낮아질수록 경험과 안목의 희소성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Q8. AI 시대에 창작자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특정 프로그램 하나를 정답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전체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 자료조사 → 기획 → 생성 → 편집 → 배포 → 분석
이라는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시간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지 찾아봅니다.
그리고 그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AI나 프로그램부터 배우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영상편집 시간이 문제라면 영상 도구가 우선이고,
기획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AI를 활용한 조사와 기획 시스템이 먼저입니다.
유행하는 AI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병목을 해결하는 AI를 배우는 것.
이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9. AI 서비스를 많이 구독할수록 콘텐츠 생산성이 높아질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AI 서비스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각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혀야 하고,
업데이트를 따라가야 하며,
여러 구독료를 관리해야 하고,
파일과 프로젝트가 여러 서비스에 흩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도구를 추가하는 능력만큼 제거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를 선택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안정적인 워크플로로 만드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Q10. Adobe를 해지하는 것이 모든 창작자에게 좋은 선택인가요?
아닙니다.
Adobe가 자신의 작업에서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굳이 해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Adobe 파일을 중심으로 협업하는 회사나 전문 제작 환경에서는 Creative Cloud 생태계 자체가 상당한 생산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dobe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습관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지, 실제 필요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AI 시대에는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보다 자신의 작업 구조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Q11. Adobe 구독을 해지하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요?
모든 Adobe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 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먼저 자신의 작업을 분류합니다.
사진 보정,
영상편집,
그래픽,
썸네일,
숏폼,
AI 이미지,
파일 관리 등 실제 업무를 기준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당장 필요한 작업부터 대체합니다.
이렇게 하면 Adobe 프로그램 다섯 개를 지우고 다른 회사 프로그램 다섯 개를 설치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것입니다.
Q12. AI 시대에도 Adobe를 배울 가치가 있을까요?
전문적인 사진, 디자인, 영상 분야에서 일하려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배울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전문가가 되려면 무조건 특정 프로그램부터 배워야 한다”는 접근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구의 사용법과 함께
AI 활용 능력,
기획력,
스토리텔링,
콘텐츠 전략,
워크플로 설계,
그리고 결과물을 판단하는 안목을 함께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알아보는 기준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다른 도구로 이동해도 남습니다.
마지막 질문 — 그렇다면 지금 당장 Adobe를 해지해야 할까?
저라면 먼저 한 달 동안 자신의 작업을 기록해 보겠습니다.
어떤 Adobe 프로그램을 열었는지,
얼마나 사용했는지,
무슨 작업을 했는지,
다른 도구로 해결할 수 있었는지를 기록합니다.
그다음 월 구독료가 아니라 연간 비용으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합니다.
“이 비용이 지금 내 창작 활동에서 그 이상의 시간이나 수익, 품질을 만들어주고 있는가?”
그렇다면 유지하면 됩니다.
아니라면 대안을 실험해 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Adobe를 해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왜 이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
그것이 20년 넘게 당연하게 사용했던 Adobe를 떠나며 제가 얻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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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톡:)보이지 않는 구조
돈과 자산, 권력과 정치, 플랫폼과 AI, 인간의 심리와 시간.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제·사회 현상은 눈에 보이는 사건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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